분홍색 바다에 빠져본 적 있으세요? 사실 전 꽃구경이라면 질색하던 사람이었거든요. 사람에 치이고, 먼지만 먹고 오는 그 기분이 싫어서 매년 봄마다 집콕을 고집했죠.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. 친구가 등 떠밀어 가게 된 대구 비슬산, 거기서 본 광경은 제 고집을 단번에 꺾어버렸거든요. 왜 다들 '비슬산, 비슬산' 하는지 이제야 몸소 깨달았다고 할까요? 솔직히 처음엔 후회했어요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거든요. 4월의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또 차갑고, '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' 싶더라고요. 발바닥은 지릿하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죠. 중간에 그냥 내려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. 등산화도 제대로 안 챙겨 신고 단화 신고 온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거든요. 그런데 옆을 지나가던 할머님..